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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빠는 블로그를 한다

liis 2021. 12. 9. 18:20

꾸준함에 대하여


최근 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더이상 '꾸준함, 성실함, 열심'이라는 것은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봤다. 인간이 시간을 들여서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같은 시간 대비 더 큰 효율로 '로봇'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사람에게 열심히 하는 것, 성실하게 하는 것, 오랜 시간동안 꾸준하게 하는 것은 미련한 일이라는 것이란다.
이 말을 듣고 놀라고 화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공감이 되어서 굉장히 씁쓸했다.

정말 이제는 '꾸준함'이라는 것은 필요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나의 부모님을 보며 '꾸준히' 한다는 것은 여전한 필요한 '자세'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올해 초 부모님께 블로그를 추천해드렸었다. 코로나 시국에 은퇴를 하시고,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이 있다보니까 무료한 시간을 많이 보내시는 것 같아 새로운 취미로 가볍게 권했다. 그렇게 두 분은 각 60대, 50대의 다소 늦은(?) 나이에 블로그를 시작하셨다.
다행히(?) 스마트폰 덕에 앱이나 인터넷 사용하실 줄 아셨지만,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태그를 고르는 일은 어려워하셨다. 그리고 아주 일상적인 당신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글을 쓰시는 것 자체를 굉장히 어색해하셨다. 블로그를 권해드린 입장에서 SNS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께 포스팅 하나에 너무 부담가질 필요없다라는 설명(?)을 드리는 것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블로그가 유행이 지난 느낌이었지만 새로운 문물(?)에 점차 익숙해지신 부모님께서는 일기를 쓰 듯, 일상의 한 부분처럼 자연스럽게 블로그를 하기 시작하셨다.

시간이 점차 지나자 어설프지만 차근차근 블로그를 하시던 부모님께 블로그 지수만으로 놀라운 변화를 옆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일단 말로만 듣던 1일 1포스팅을 두 분 모두 실천하신다는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배운 대로 하던 대로 매일 매일 하루도 놓치지 않고 쓰시는 것이다. 그리고 꾸준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두 분의 블로그는 매일 매일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달이 되자 네이버 블로그 수익 쉐어인 애드포스트에 승인이 되셨고, 3개월이 되자 나보다 네이버 블로그 이웃 수가 많아지셨으며, 6개월만의 이웃 수 1000명을 넘기셨다.


물론 네이버 블로그를 해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일명 '업자', '꾼'들도 있기 때문에 홍보 또는 맞팔 유도를 위해 이웃 신청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숫자' 자체만으로 블로그의 영향력을 판단하기에는 어렵다 하더라도 일상 블로그를 하고 계시는 두 분께서 매일 포스팅하는 것만으로도 1000명을 모았다는 것 자체가 같은 기간동안 300명 남짓의 이웃 수만 가진 나에게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버지께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방법도 알려드렸는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태그도 잘 쓰지 못하시지만 매일 매일 사진을 1장씩 올리는 것만으로 60대 나이에 팔로우수 1000명을 넘기셨다. 내 주변에 1000명의 팔로우를 가진 지인을 본 적이 없는데...아버지가 그 첫번째 지인이 될 줄이야!)

블로그 이웃 수 1000명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번째는 블로그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바이럴 활동을 도전할 수 있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사진을 잘 찍고, 편집을 잘 한다 하더라도 숫자 1000은 그 모든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증명하는 숫자인 것이다.
특히 어머니께서는 체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계시는데, 리뷰 쓰는 것만해도 하루가 바쁘시다고 한다.

체험제품을 받는다고 해서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던가, 큰 돈을 벌었다던가 이런 건 아니라서 어머니께 체험단을 하면서 좋은 점이 뭐냐고 여쭤봤다.

"나는 세상에 이렇게 새롭고 못 보던 물건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 블로그하면서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되니까 재미나네!"

현재 1000명 이상의 이웃수를 지닌 블로그를 운영하는 어머니께서는 마음만 먹으면 새롭고 재밌고, 그리고 어머니께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도전해보실 수 있으실 것이다!


두번째는 이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가시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블로그 활동을 10여년 전부터 했었는데 여러번 엎기도 하고 공백도 긴 적이 있었다. 그래서 1일 1포스팅이나 이웃수가 엄청나게 많은 블로거들을 보면 정말 업으로 삼거나 편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괜히 심통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부모님의 블로그를 보고 그저 매일 매일 포스팅을 한 것만으로도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블로그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게 되면서 아 나도 '꾸준히' 한다면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뉴스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방법을 교육받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키오스크로만 주문을 받는 가게에서 어르신 분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나가시는 경우도 봤다.
마치 어른들은 현 문물에 어둡고 디지털 세상에서 배제되고 그 분들의 그동안 쌓아왔던 능력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된 요즘에 그래도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하시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조금 느리고 더디더라도 너무나도 빠르게 바뀌는 현실에서 여전히 통하는 덕목은 '꾸준한 자세'라는 것을 우리 부모님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다.


'꾸준함'은 미련할 수 있어도 '꾸준한 자세'는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각 개인의 고유한 '능력'이다. 꾸준한 기록들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또 그 기록자에 대한 감동까지 준다. 그건 미래의 로봇은 절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모님께 블로그는 내가 가르쳐드렸지만, 나는 여전히 부모님께 배울게 많다.

Photo by Phil Hearing on Unsplash


"엄빠 정말 대단하셔용!!"
"너도 '매일' 써봐라~ 얘"


 

 

블로그를 해야하는 이유

엄빠... 블로그를 하세요! 예전부터 부모님과 동생에게 블로그를 하라고 주구장창 이야기를 했다. 그럴때마다 다들 "쓸 것이 없다... / 귀찮다... / 사진도 잘 못찍고, 글도 잘 못쓴다... / 뭐하러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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