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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이 오려고 그러는 거야

liis 2020. 5. 25. 17:00

남편의 위로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몇 달전 계속해서 밀리고 있는 월급을 해결하기 위해 기획자가 새로운 외주를 받아왔다.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고마운 일거리였으나 클라이언트는 생각보다 까탈스러웠다. 세번에 걸쳐서 돈을 지급하겠다는 클라이언트는 첫번째 지급일을 어떠한 이유로 미루었고, 두번째 지급일이 다 되었을 때, 세번째 지급일에 모두 한꺼번에 지급해도 되겠냐고 말 같지도 않은 문의(?)를 해왔다. 나는 계속 밀린 월급에 매우 지쳐있었다. 그동안 모아둔 여윳돈으로 겨우 내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을 전해 들은 후 결국 참았던 울음이 터졌다.

나는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내가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을 찾지 않아서일까. 내가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해서일까. 밀린 월급에 항의하지 않고 바보같이 계속 기다리기만 해서였을까. 나는 왜이렇게 한심한 걸까.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밤마다 나를 탓하다 지쳐서 잠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모아둔 돈이 다 떨어져가자...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지만 남편에게 내 상황을 말해야했다. 남편이 나에게 뭐라 탓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서로 모으기로 한 적금은 커녕 돈도 받지 못하는 나를 보고 얼마나 실망을 할지 걱정이 되었다. 

남편은 담담했고, 담백했고, 오히려 생각보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날 우리는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타고 왔었는데, 버스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내 모습이 너무 처량해서... 남편 옆에서 이런 일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창피해서 눈물이 났다. 버스에서 내리자 그는 집 앞 횡단보도 앞에서 나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좋은 날이 오려고 그러는 거야."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돈이 없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돈에 따라 흔들리고 스스로를 낮추는 내 자신이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돈이 많을 때도 적을 때도 있는데, 항상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이렇게까지 망가지다니.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고 남편의 한마디는 내 안의 긍정세포를 다시 끌어 올려주었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다행히 그 다음달 외주 급여는 모두 지급이 되었고, 밀린 급여도 느리지만 해결이 되어가고 있다. 적금은 아직까지 목표금액을 채우고 있지는 못하지만 남편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함은 사라졌다. 남편의 위로를 듣고 난 이 후에는 마음이 조금 여유로워진 것 같다.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의 말처럼 좋은 날이 오려고 그러는 거겠지, 라는 생각이면 조급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말이 가장 힘이 되었던 이유는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 남편이 해준 말이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숨기고 싶은 것을 보여주었을 때, 무안하지 않게 만들어주고 힘이 되어준 그 말과 행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내가 이런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감사할 정도로. 이 사람의 이 말을 듣고 이러한 위안을 받기 위해 그간 힘들었나 싶었나 할 정도로. 남편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그리고 절실하게 느꼈다.

 

 

 

종종 일어나는 크고 작은 힘든 일에도 그의 말을 떠올린다. 그래, 좋은 날이 오려고 지금 조금 힘든 것 뿐일 거야. 오늘의 좋은 날을 위해서 과거의 그러한 고생길이 있었던 거라며, 오늘의 힘든 일도 미래의 좋은 날을 위해서 겪는 거라고 하면 별 일처럼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앞으로 나아갈 해결할 힘이 생기는 듯하다.


by. liis (life is like this)